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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난장 여행 : 전주 아이랑, 전주 볼거리, 방문 팁

by 라해파파 2025. 4. 14.

전주난장

 

전주에서 시간을 걷다, 난장 속으로

전주난장에서 만난 삶의 이야기

전주는 늘 한 폭의 수묵화 같다. 옛것을 고이 간직하면서도 그 안에 사람 냄새, 정겨움, 그리고 어딘가 익숙한 소란스러움이 살아 숨 쉰다. 전주한옥마을, 경기전, 남부시장, 전주비빔밥… 이 도시를 떠올리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참 많다. 하지만 오늘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전주는, 바로 그 “전주난장”이다.

전주난장, 그 시작은 우연이었다

전주를 자주 찾는 편이지만, 이번엔 뭔가 색다른 곳이 없을까 싶어 현지인 친구에게 물었다. 그 친구가 내게 추천해 준 곳이 바로 “전주난장”. 처음엔 ‘장(場)’이라는 말에 그냥 또 다른 시장인가 싶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이건 단순한 시장이 아니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하나의 거대한 무대이자 타임머신 같은 공간이었다.

전주난장은 전주시 완산구 동서학동에 위치해 있다. 시내 중심지와 멀지 않지만, 묘하게도 번화한 거리에서는 살짝 벗어나 있다. 그래서일까, 이곳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마치 전주의 숨겨진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난장, 옛 추억의 풍경을 짜 맞춘 시간의 조각들

전주난장은 ‘복고 문화 테마파크’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70~80년대의 정서를 고스란히 재현해 놓은 이곳은, 골목마다 작은 박물관 같다. 녹슨 간판, 빛바랜 교복, 옛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구수한 트로트, 주전자에 따뜻한 숭늉을 따라 마실 수 있는 평상까지. 모두가 타임슬립을 유도하는 소품들이었다.

가장 먼저 마주친 건 옛 교실이었다. 나무 책상, 칠판, ‘나는 착한 어린이입니다’라고 적힌 포스터. 벽에는 ‘수고하셨습니다, 선생님’이라 쓰인 글귀와 함께 오래된 운동화들이 걸려 있었다. 마치 과거의 한 시점이 고스란히 멈춰 있는 듯했다. 거기서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장난치던 기억이 떠올라 마음이 뭉클해졌다.

조금 더 걸어가니 70년대식 다방이 나왔다. ‘별다방’이나 ‘콩다방’이 아니라, 진짜 그 시절 다방. 조용히 LP판이 돌아가는 소리에 맞춰 앉아 계시던 어르신들의 모습이 참 인상 깊었다. 고운 분홍빛 벽지와 레이스 커튼, 은은한 조명 속에서 다방 커피 한 잔을 마시니, 마치 내가 영화 속 한 장면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누구나 주인공이 되는 무대, 난장 공연

‘난장’이라는 이름답게 이곳에서는 실제로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다. 내가 갔던 날에는 전통 가면극과 퓨전 국악이 번갈아가며 무대에 올랐다. 가수도, 악사도 모두 전문 예술인이었다기보다는 생활 속 예술인 같았다. 정겹고, 소박하고, 진심이 느껴지는 공연이었다.

한켠에서는 전통 춤을 배우는 체험도 진행 중이었고, 아이들은 줄타기 공연에 환호성을 질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어르신들의 미소가 무척 따뜻했다. 전주난장은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무대이고, 이곳을 찾는 모두가 자연스럽게 관객이자 배우가 되는 셈이다.

전주난장 먹거리 탐방 – 시장에서의 한 끼

난장에서 빠질 수 없는 건 역시 먹거리다. 전주의 대표 음식들이 모여 있는 난장 푸드코트는 작은 포장마차들을 연상케 했다. 특히 전주콩나물국밥은 진짜 현지의 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사골 육수에 감칠맛 도는 콩나물, 그리고 마지막에 올려주는 노른자 하나까지 완벽했다.

또한 옛날 떡볶이와 핫도그, 추억의 달고나까지. 어린 시절 학교 앞 분식집이 떠올랐다. 어른들에게는 향수를, 아이들에게는 신선함을 주는 공간이었다.

사람, 이야기, 그리고 기억

전주난장을 다니다 보면 곳곳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어떤 할머니는 이곳에서 손수 만든 참기름을 팔고 있었고, 한 청년은 전통놀이 체험 부스를 운영하며 손님들을 반갑게 맞았다. 그들은 단순한 판매자가 아니라, 이 난장의 일부였다.

“여기 오시는 분들은 그냥 물건 사러 오는 게 아니에요. 추억 사러 오는 거죠.”
한 상인의 말이 가슴에 박혔다. 맞다. 전주난장은 추억을 사고, 기억을 나누고, 이야기로 교감하는 곳이다.

전주난장을 걷는다는 것

전주난장을 걷는다는 것은 단지 과거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과거와 지금을 연결짓는 일이다. 이곳은 ‘복고’를 보여주는 공간이 아니라, 살아있는 시간의 현장이다. 누군가에게는 잊고 지냈던 기억을 되찾는 공간이 되고, 또 누군가에겐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점이 된다.

여행을 마치며

돌아오는 길, 마음이 이상하게 차분했다. 전주한옥마을의 정갈함과는 또 다른 온기, 사람 냄새, 그리고 정서가 가득한 공간. 전주난장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였고, 그 안에서 나 역시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다음에 전주를 다시 찾는다면? 당연히 또 난장으로 갈 것이다. 누군가를 데려가 함께 추억을 나누고 싶고, 또 어떤 이야기들이 새로이 펼쳐질지 궁금하니까.

 

Tip! 전주난장 방문 정보

  • 위치: 전북 전주시 완산구 동서학로 23
  • 운영 시간: 10:00~18:00 (매주 월요일 휴무)
  • 입장료: 성인 5,000원 / 어린이 3,000원
  • 추천 방문 시간: 오후 2~5시, 공연과 먹거리를 모두 즐기기 좋은 시간대
  • 인스타그램 포토 스팟: 옛 교실, 다방, 벽화 골목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