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 작은 낙원, 욕지도에서의 하루 – 고요함을 걷다
‘시간이 조금 느리게 흘러도 괜찮은 곳’, 그런 장소를 꿈꾸며 나는 통영 앞바다로 향했다. 바쁘게 흘러가는 도시의 시간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었다. 목적지는 욕지도. 이름은 조금 특이하지만, 섬이 품고 있는 자연과 사람, 그리고 삶의 온도는 놀라울 정도로 따뜻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욕지도는 ‘그냥 쉬어도 좋은 섬’이다. 볼거리도 많고, 먹을거리도 좋지만, 그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저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그런 섬이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욕지도의 속도에 맞춰 걷는 법을 배웠다.
🌊 욕지도는 어디에 있나요?
욕지도는 경상남도 통영시 욕지면에 위치한 섬으로, 통영항에서 남쪽으로 약 30km 떨어져 있다. 배를 타고 한 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욕지도는 생각보다 크고, 꽤 잘 갖춰진 섬이다.
예전엔 통영의 외딴 섬 중 하나로만 인식되었지만, 최근엔 풍부한 자연경관과 오션뷰 드라이브 코스, 욕지 해안도로, 그리고 모노레일과 출렁다리 같은 관광명소들 덕분에 점점 주목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조용하고 평화롭다. 그래서 더 매력적인지도 모른다.
🚢 섬으로 떠나는 배, 설렘의 시작
욕지도로 가기 위해선 통영 여객선터미널에서 배를 타야 한다. 아침 일찍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넜다. 섬으로 향하는 1시간은 잠시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이었다. 바다 위를 떠다니는 어선들, 저 멀리 솟아오른 크고 작은 섬들, 그리고 갈매기 떼. 그 자체로 하나의 영화 같은 장면이었다.
욕지도 선착장에 도착하자마자, 작은 마을의 정겨운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바닷가에 늘어선 배들과 마을 어르신들, 손에 든 아이스크림을 열심히 핥는 아이까지. 시계 바늘이 절반쯤 느려진 듯한 기분이었다.
🚗 욕지도 일주 드라이브 – 해안도로를 따라
욕지도는 섬 전체를 차로 한 바퀴 도는 해안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차량이나 전동 스쿠터, 혹은 렌트카를 이용해 섬을 일주할 수 있다. 우리는 마을에서 전기차를 렌트해 욕지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시작했다.
이 도로는 섬의 굴곡을 따라 이어지며, 바다와 산이 어우러지는 멋진 풍경을 계속 선사한다. 길 위로 펼쳐지는 풍경은 고요하고, 때로는 거칠고, 때로는 드라마틱했다. 중간중간 나무 데크로 만들어진 전망대나 쉼터가 있어 잠시 멈춰 서기에도 좋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는 해상 출렁다리였다. 바다 위에 놓인 아찔한 다리를 걷는 기분은 무척 짜릿하면서도 독특한 경험이었다. 아래로는 쏟아질 듯한 파도가 출렁이고, 옆으로는 드넓은 수평선이 펼쳐진다.
🏞️ 모노레일을 타고 오르는 전망대
욕지도 여행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바로 욕지 모노레일. 욕지도 중앙에 위치한 망일봉 전망대까지 오르는 무인 모노레일은 섬의 상징 같은 존재다.
걸어서도 갈 수 있지만, 경사가 꽤 있어 어린 아이나 어르신과 함께라면 모노레일을 타는 것을 추천한다. 알록달록한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는 동안, 점점 멀어지는 마을과 펼쳐지는 바다 풍경이 멋지게 시야에 들어온다.
정상에 도착하면 통영의 바다, 그리고 크고 작은 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그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다 보면, “여긴 정말 몰디브 못지않다”는 농담이 절로 나온다.
🐟 욕지도의 맛 – 섬밥상
욕지도에 왔으니 먹거리도 빠질 수 없다. 섬에서 직접 잡은 생선회, 멍게비빔밥, 전복죽, 그리고 소박하지만 깊은 맛의 된장찌개 정식까지.
특히 멍게비빔밥은 이곳에 오면 꼭 한 번 먹어봐야 할 별미다. 바다 향이 가득한 멍게와 고소한 참기름, 매콤한 양념장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바다 한 그릇을 먹는 기분이 든다.
마을 중심에 있는 몇몇 식당은 작고 소박하지만 음식 하나하나에 정성이 담겨 있다. 바쁘지 않은 섬의 시간만큼, 밥 한 끼도 천천히, 깊게 즐길 수 있다.
🌅 하루를 마무리하는 바다
욕지도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숙소는 선착장 근처의 작은 펜션이었는데, 창문을 열면 파도 소리가 들려오고, 아침이면 갈매기 우는 소리로 잠에서 깰 수 있었다.
밤에는 마을 불빛 하나 없는 조용한 길을 따라 산책을 했다. 머리 위로 쏟아질 듯한 별들이 펼쳐졌고, 파도 소리만이 귓가를 맴돌았다. 도시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온전한 고요함 속의 휴식이었다.
📌 욕지도 방문 팁
마지막으로, 욕지도를 보다 편하고 즐겁게 여행하기 위한 팁들을 정리해봤어요!
✅ 배편 및 여객선 정보
- 통영 여객선터미널에서 출발
- 욕지도행 배는 하루 3~5회 운항 (시즌에 따라 변동)
- 왕복 약 2시간 소요 / 사전 예매 필수!
- 배멀미 심하신 분은 멀미약 챙기기!
✅ 교통 & 이동 수단
- 욕지도 선착장 근처에서 전기차, 전동스쿠터, 전기 자전거 대여 가능
- 면허증 필수 (전기차 기준)
- 자가 차량은 도선 신청 필요 (추천은 하지 않음 – 주차 어려움)
✅ 숙소
- 펜션, 게스트하우스 다수
- 성수기엔 미리 예약 필수
- 뷰 좋은 숙소는 대부분 선착장 근처에 위치
✅ 날씨 & 준비물
- 봄~가을이 가장 여행하기 좋은 계절
- 해풍이 세기 때문에 바람막이 필수
- 모노레일이나 출렁다리 방문 시 운동화 추천
✅ 먹거리
- 멍게비빔밥, 전복죽, 생선구이 맛집 다수
- 대부분 현금 결제 가능 (소규모 식당 많음)
- 간식이나 간단한 생필품은 마을 슈퍼에서 구매 가능
다시 돌아오고 싶은 섬
욕지도는 크지 않지만, 그 안에는 크고 깊은 풍경과 시간이 담겨 있다. 누군가는 욕지도를 ‘볼 게 별로 없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말하고 싶다.
욕지도는, ‘하지 않아도 될 것’들이 많은 곳이다.
바다만 봐도 좋고, 그냥 걷기만 해도 좋고, 앉아서 멍하니 하늘을 바라봐도 좋다. 지금, 삶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느껴진다면, 욕지도로 향하자. 섬은 천천히, 그리고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