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경주 첨성대 여행 : 경주 아이랑, 첨성대 볼거리, 방문 팁

by 라해파파 2025. 4. 11.

경주 첨성대

 

경주는 참 묘한 도시입니다. 한껏 발달한 현대적 도심 속에서, 언제든 골목을 틀면 천 년 전 신라의 숨결이 느껴지는 유적이 스며들어 있으니까요. 그중에서도 **첨성대(瞻星臺)**는 경주를 대표하는 랜드마크이자, 가장 오래된 과학 건축물이라는 점에서 단연 특별한 존재입니다.

이번 경주 여행에서 저는 처음으로 첨성대를 제대로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늘 사진 속, 교과서 속에만 존재하던 그 돌탑이, 눈앞에 실제로 서 있는 순간의 그 감동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첨성대, 별을 보다

먼저 첨성대에 대한 간단한 설명부터 해볼게요. 첨성대는 ‘별을 살피는 곳’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신라 선덕여왕(재위 632~647년) 때 건축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무려 1300년이 넘는 세월을 버텨온 이 건축물은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로 인정받고 있으며, 현재는 국보 제31호로 지정되어 있어요.

높이는 약 9.17m, 사용된 돌은 총 362개입니다. 이는 음력 1년의 날짜 수와 일치한다는 해석도 있어서, 첨성대는 그 자체가 하나의 천문학적 상징체로 여겨지곤 합니다. 정사각형 기단 위에 병 모양으로 쌓아 올려진 그 단아한 곡선은, 놀랍도록 세련된 조형미를 자랑합니다.

 

낮의 첨성대, 조용한 아름다움

제가 첨성대를 찾은 건 늦봄의 맑은 오후였습니다. 한낮의 따스한 햇살 아래, 첨성대는 조용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마치 ‘나는 천 년 동안 여기 서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라고 말하는 듯한, 무언의 위엄이 느껴졌어요.

주변은 잘 정돈된 들판처럼 넓은 초록빛 잔디가 펼쳐져 있고, 첨성대는 그 한가운데에서 홀로 돋보입니다. 유적지이긴 하지만, 울타리나 높은 담장이 없어 누구든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구조라서 더욱 개방적인 느낌이 들어요.

이곳에선 단순히 첨성대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주변과 함께 어우러진 ‘공간 전체’를 즐기는 재미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잔디 위에 앉아 쉬고, 가족 단위의 여행객들이 사진을 찍고,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은 유적지이면서도 평화로운 공원 같았죠.

 

첨성대의 구조가 품은 비밀

가까이 다가가 첨성대를 천천히 살펴보면, 돌 하나하나가 정말 정성스럽게 쌓여 있는 걸 볼 수 있어요. 아랫부분은 넓고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형태는 안정감을 주고, 무엇보다 곡선이 굉장히 부드럽습니다.

재밌는 사실은 첨성대에는 실제로 내부 공간이 있다는 것입니다. 중간쯤에 동쪽을 향한 작은 창문이 나 있고, 내부에 사다리를 놓고 올라갔던 것으로 추정돼요. 위쪽에는 원형의 창이 있어, 밤하늘의 별자리를 관측하거나 태양의 위치, 절기 등을 파악했던 과학적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많은 학자들은 첨성대의 구조와 돌의 개수, 방향이 천문학, 수학, 음양오행 사상 등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첨성대는 단순한 탑이 아니라, 고대 신라인들의 지식, 기술, 우주에 대한 인식을 집약한 ‘지혜의 상징’이기도 한 셈이죠.

 

밤의 첨성대, 별빛을 닮다

낮의 첨성대가 조용하고 단정한 아름다움이었다면, 밤의 첨성대는 마치 다른 세계로 변합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앉으면, 첨성대에는 조명이 은은하게 켜지며 몽환적인 분위기가 연출됩니다.

노랗고 따뜻한 조명이 돌을 부드럽게 감싸고, 그 뒤로 펼쳐진 밤하늘은 진짜 별들을 담고 있어요. 이 순간 첨성대는 단순한 유물이 아닌, **시간을 건너온 ‘기억의 탑’**처럼 느껴집니다.

밤이 되면 이곳은 야경 명소로도 손꼽히는데요, 특히 사진 찍기 정말 좋은 장소입니다. 커플들은 배경으로 첨성대를 두고 인생샷을 남기고, 사진작가들은 장노출로 밤하늘과 첨성대를 함께 담기도 하죠.

 

주변 명소와 함께 걷기 좋은 코스

첨성대 하나만 보고 돌아가기엔 경주는 너무나 넓고 깊은 도시입니다. 특히 첨성대 주변은 도보로 즐기기 좋은 코스가 많아요. 제가 추천하는 산책 코스는 다음과 같아요.

  1. 첨성대 → 계림숲 → 월성 해자 → 동궁과 월지
    – 첨성대를 본 뒤, 고요한 숲길 ‘계림’을 지나면 월성의 흔적과 고요한 연못 ‘동궁과 월지’까지 이어지죠. 이 코스는 특히 석양 무렵이나 야경 시간대에 걷기 정말 아름답습니다.
  2. 첨성대 → 황리단길 카페 거리
    – 유적을 보고 나서 감성적인 카페에서 쉬고 싶다면, 첨성대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황리단길이 제격이에요. 맛집, 디저트, 공방 등 다양한 즐길 거리들이 밀집해 있어 여행의 피로를 풀기에 딱이죠.

 

여행 팁

  • 📍 주소: 경북 경주시 인왕동 839-1
  • 관람시간: 상시 개방 (야간 조명은 일몰 후~밤 10시까지)
  • 🎟️ 입장료: 무료
  • 🚗 주차: 첨성대공영주차장 또는 경주월성공영주차장 이용
  • 📷 사진 스팟 추천:
    • 첨성대 앞 잔디밭에서 전신샷
    • 해질 무렵, 첨성대와 함께하는 실루엣 사진
    • 야경 조명과 함께 담는 정면 샷

 

마무리하며

첨성대는 처음 봤을 땐 조금 작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 걸음, 두 걸음 다가가며 그 안에 숨겨진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점점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작은 돌 하나하나에 담긴 신라인의 과학, 예술, 철학은 지금 우리에게도 깊은 인사이트를 줍니다.

경주는 한 번으로 다 볼 수 없는 도시이고, 첨성대는 그 모든 여정의 시작점이 되어주는 곳입니다. 별을 닮은 이 돌탑 아래서,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세요. 천 년 전에도 누군가 이 자리에서 별을 바라보며 오늘의 우리를 상상했을지도 모르니까요.